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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지난 새벽에 만난 좋은 이웃들

오늘은 사흘 전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 처음 만났는데 여운이 긴 이웃들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첫 번째, 불법 주차의 상황에서도 여유로움을 가르쳐준 이웃 두 분의 얘기
 
새벽 시간에 현수막 게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갑자기 배에서 급 신호가 와서 지하철 화장실에 가기 전, 남의 영업용 주차장 앞 입구에 정차를 해두고 왔는데 모르는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상대편 차주분: "어디 멀리 가신 것은 아니죠~?"
 
나: "네, 화장실 잠깐 왔습니다. 차 빨리 빼 드릴게요~"
 
마음이 급해서 지하철역 들어온 입구를 헤매서 근 5분 넘게 지체한다고 다시 차 주차해 놓은 곳으로 왔더니 차 2대의 차주분이 나를 맞이해주신다.
 
난 너무 민망한 나머지 "저 화장실이 급해서 너무 죄송합니다."를 연거푸 이야기하면서 차를 빼 드렸는데 주차장에 들어오려고 기다리던 남자분은 미소를 지으면서 괜찮다는 듯이 여유 있게 차에 오르더라고요.
 
전화 거셨던 분은 나이가 나보다 대여섯 살은 더 많아 보였는데 그분의 인품이 느껴졌다. 
 
내가 그러한 상황(_ 누가 영업용 주차장 입구를 차로 막고 있는 상황)이면 짜증이 나서 표출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데 이날 만난 이웃들에게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진 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급해도 주차는 문제없이 하고 가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여운이 남는 만남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마지막 현수막을 게시하러 은평구에 갔는데 비 오는 와중에 야채 파는 할머니를 만난 얘기입니다. 
 
비가 오는데도 야채를 파는 할머니가 안쓰러웠는지 어떤 50대로 보이는 남성분이 출근길에 야채를 팔아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지켜본 후에 현수막을 게시하면서 마지막 아래 끈 하나 가지러 가야 하는데 야채 파는 할머니가 내가 가져다줄게 하면서 끈을 가져다주십니다.  
 

현수막 걸다가 순간 포착(?)한 야채파는 할머니와 야채 사려는 동네 아주머니들

 
괜찮다고 그렇게 했는데도 결국 끈을 가져다주셔서 편안하게 현수막 게시를 했습니다. 
 
할머니: "왜 혼자서 위험하게 현수막을 달아?"
 
나: "두 명 인건비는 안 나와서 혼자서 걸어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하나 '현수막은 왜 두 명 인건비를 요구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수막 게시는 평소에는 그나마 위험이 덜하지만 3가지의 경우는 정말 위험해요. 
 
1. 비가 오는 경우+바람이 심하게 부는 경우: 빗물로 인해 사다리와 전봇대 등이 미끄러워 낙상 사고의 위험이 늘 존재함.

2. 눈이 오는 경우: 눈 역시 사다리와 현수막 끈을 묶어야 하는 곳이 미끄러워 낙상 사고 늘 존재함.
 
3. 기존 현수막이 2곳 높이 걸려있는데 그 위에 걸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바람이 안 불어도 5단 사다리를 쫙 펴고 올라가서 아래를 보면 정말 아찔 합니다.   
 
현수막을 게시하고 가는데 버스정류장에서 할머니를 다시 만났습니다. 
 
나: "할머니 야채 다 팔고 가시는 거예요?"
 
할머니: "아니, 비 와서 못 팔고 가! 그리고 ***집(_ 주변소음이 심해 못 알아들었어요…) 가봐야 해."

"건강하고 밥 잘 먹고 착하고 부지런하게 살아."(_ 할머니의 생활언어로 한마디 한마디가 뭔가 강력한 울림이 있는 호소력과 감동적인 이야기였는데 제가 정확히 기억을 못 하고 내용만 적으니 그때의 감동이 떨어지네요...)
 
처음 보는 제가 편하셨는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하는데 제게 도움 되는 찐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할머니 동의 없이 녹취를 했습니다. 
 
할머니: "돈은 백 원 짜리라도 모으고 모아서 집 사야 돼."  
"아이들 기르려면 무조건 돈이 있어야 하지?"

서울은 돈이 많이 모인 곳이라 돈벌이 열심히 해서 벌라고 하시네요~

은평구청장은 지역주민들에게 민심을 잃었다고 얘기하심. 
 
대통령 잘못 뽑아서 걱정이 많다 하심.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 당부는 아이들 있는 앞에서 절대 싸우지 말라고 하십니다.

애들 앞에서 자주 다투는데 반성됩니다.

사는 게 때론 전쟁 같고 내 마음을 시시각각 잘 부여잡지 못해 좌충우돌하는 인생이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제때 잘 돌보며 인간답게 살아가길 바라봅니다.

나도 야채할머니 같이 멋지게 나이 먹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요~

친구님들 모두 이번주도 행복 가득한 한 주 만들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좋은이웃, #민심이천심, #95세할머니, #이웃에게배웁니다, #일상공유, #은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