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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추천 도서_ 천년의 질문 3(조정래)

 

 

 

여러분, 이 나라가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그 좋은 증거가 터져 나와 요즘 한창 시끌시끌합니다. 그게 바로 국회

특수 활동비입니다. 그 사건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민들 아무도 모르게 쓰

여져온 그 돈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우리의 신뢰하는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이룩해 낸 또 하나의 성과입니다. 그

사건의 첫 번째 문제는 참여연대가 특수 활동비 사용 내역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국회는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제기했고, 그 소송은 자그마치 3년을 끌어 결국 참여연대가 승소해 공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회가 공개한 것은 2011년부터 겨우 3년 치에 불과

했습니다. 지금이 2018년인데, 그 마지못한 국회의 행위는 국민 무시의 표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세 번

째 문제는 매년 80억 내외의 거금을 현금으로 지급했고, 영수증도 낼 필요 없었고, 감사 또한 받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을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국민을 속이며 제멋대로 써 없앤 것입니다. 네 번째 문제는

그 소중한 국민의 혈세를 나랏일과는 전혀 상관없이 사적으로 탕진했다는 사실
입니다. 술값과 팁, 안마시술소

이용료, 경조사비, 자식 유학비, 집안 생활비 등으로 쓰고 말았습니다. 다섯 번째 문제는 이 사건이 표면화된 다

음의 국회태도
입니다. 모든 매스컴이 비판 공격하고, 전 국민이 분노하고 실망하는 가운데 국회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뚫고 있는데 정작 국회에서는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다는 점
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국회와 국회의원들

이 평소부터 국민들을 얼마나 경시고 무시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여섯 번째 문제는 들끓는

사회 여론에 따라 특활비 폐지를 핵심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그런데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12명뿐
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은 모두 300명입니다. 일곱 번째 문제는 이문제의 특활비가 1961년부터

57년간이나 집행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그 돈을 다 합쳐놓으면 얼마나 될까요? 끔찍하게 만은 돈일 것입니다.

민주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요?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세금은 단 한 푼도 국민 모

르게 쓰여서는 안 되는 것이 절대 원칙입니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국회가 그 원칙을 파괴해 버렸습니다. 그러면

서도 그들은 입만 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해왔습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정직하기를

바라는 것은 맹수가 온순하기 바라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줄입니다. 영수증이 없고, 감사받지 않고 국민 세금을

쓰는 것이 명백하게 '공금 유용'이고 '횡령'입니다. 그건 엄연히 처벌받아야 하는 범죄입니다. 

그런데 특활비는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행정부와 사법부도 특활비를 썼는데, 특히 행정부는 국회보다

100배 가까이 되도록 극심했습니다. 그러니까 입법, 사법, 행정부가 쓴 특활비가 연간 9,000억이었습니다. 그러

니 지난 60여 년 동안 국민 모르게 써 없앤 국민세금이 도대체 얼마이겠습니까.

그러나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이런 비리는 극히 일부분의 문제일 뿐입니다. 여러분이 모르는 더 큰 비리, 더

큰 사건들이 수두룩하게 많습니다. 그 비리와 사건들이 모아지고 모아져 우리나라는 이제 난파의 위기에 몰려

있는 것입니다. 그 위기를 조장한 것은 다섯 개의 권력 집단입니다. 입법·사법·행정의 국가권력과 재벌·언론의

사회 권력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귀담아듣고 명심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모든 권력자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타락하는 것

에 대한 절반의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왜냐하면 그건 국민이 감시 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국민들이 모든 권력자들을 철저하게 감시 감독하면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없고, 타락할 수 없다는 뜻 아닙니까?

이 명언이 뜻하는 바는 두 가지입니다. 민주주의는 투표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 전체의 행복을 만들어내는 참다운 민주주의를 원하거든 모든 권력자들을 철저하게 감시 감독하라는 것

니다.

그 감시 감독과 연관하여 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든 권력은 횡포하고, 타락한다. 그러므로 줄기찬 감시 감독

이 필수다. 그 역할을 대신 맡는 게 시민단체들이다.' 시민단체의 필요성과 역할을 밝힌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국민은 제각기 자기들 생업에 정신없이 바쁘고 충실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권력 집단들에게 신

경을 쓴다 해도 놓치게 되고,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그런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발명해 낸 것이 시민단체 활동입

니다. 1차적으로 시민단체 회원으로서 후원금을 내서 활동가들이 상시로 감시 감독과 함께 저항 고발케 하고,

더 거대한 힘이 필요할 때는 2차로 회원전체가 앞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작년의 촛불혁명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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